2026.06.03.(수) 6.3 지방 선거의 날
등산객을 모집하여 버스를 태워주는 여행사를 통해 등산을 갔다.
같이 갈 사람을 찾다가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을 것 같아 혼자 신청했다.
혼자 신청했다고 하니 '일이 있어 같이 갈 수 없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혼자 갔다.
신청은 초보자 코스로 했다. 10~12km를 많이 걸리면 5시간 정도 걸으면 되는게 초급코스이다. 중급자 코스는 7시간 동안 15km의 산길을 다니는 것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신청해 놓고 나니 슬슬 생각이 바뀐다.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식으로.
사실 며칠을 망설여졌지만 당일에는 결국 중급코스로 갔다.
어의곡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가서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을 거쳐 국망봉, 늦은맥이재, 다시 어의곡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다만 가다가 어의곡삼거리에서 400m거리인 비로봉을 왕복해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이 길은 건너뛸 수 있기는 하다.
어의곡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기 시작하니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500m쯤 가서 잊고 있던 등산앱을 켰다. 그랬더니 첫 1km는 20분에 올라갔는데 다음 1km는 30분 정도, 그 다음 1km는 50분이나 걸려 걸었다. 체력이 바닥이 나면서 걷는 속도가 자꾸 느려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몹시 더웠다. 원래도 땀이 많은 나는 땀을 비오듯이 흘려야 했다. 덕분에 가져간 물병이 자꾸 줄어들어 조금씩 불안감이 생겨났다.
가이드는 비로봉을 다녀온 후 국망봉으로 가는 길에서 식사를 하는게 좋을 것이라 했는데 걸음이 늦은 나는 어의곡삼거리에 가기도 전에 점심시간이 지나있어 한 참 아래에서 식사를 했다. 당 떨어지는 게 두통으로 느껴져서 오르면서 사탕도 먹고 에너지바도 먹었지만 포만감이 없어서 그런지 두통이 빨리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도 싸간/사간 오무라이스를 먹고 나니 두통이 어느새 사라진다.
어의곡삼거리에 겨우 겨우 도착했다. 비로봉을 가볼까 생각했으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비로봉은 멀리서 사진 찍는 것으로 대신하고 그냥 국망봉으로 향한다.
그 때 부터는 모든 길이 내게는 초행이다.
작년엔가 제작년에 비로봉을 한 번 올랐었다. 천동탐방안내소 방향에서 시작해서 비로봉을 찍고 어의곡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초보코스를 걸었다. 그래서 이번 어의곡탐방지원센터부터 어의곡삼거리까지는 역행이기는 하지만 딱 한 번 걸었던 길이기는 하다.
그런데 어의곡삼거리에서 국망봉, 늦은맥이재, 어의곡탐방지원센터는 거의 10km에 달하는 거리로 완전히 처음가는 길이다.
선거하느라 사람들이 등산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비로봉에만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고 국망봉으로 가는 길에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특히 어떤 구간에서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해 조금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국망봉가는 길은 풍경이 너무 좋다. 특히 함박꽃이 활짝 피어 있어 보는 내내, 걷는 내내 행복했다. 함박꽃이 해발 1,000m를 넘는 곳에는 이리도 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앵초도 군데 군데 피어서 보라빛 자태를 뽐내고 종나물도 여러번 영접하는 영광을 누렸다. 국망봉까지 가는 길에 철쭉터널이 있어 조금 음침할 수도 있는 길을 혼자 걷기도 했고, 오르락 내리락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종아리와 엉덩이에 가해지는 압력과 통증을 느껴야 했다. 사실 국망봉을 향해 길을 가면서 혹시나 컨디션이 안될것이라 판단되면 돌아와서 올라왔던 길로 돌아가리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많은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직진하는데 성공했다.
국망봉에 도착했을 때 어떤 남자분이 국망봉 비석과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주고 늦은맥이재 가는 길을 물어보니 길이 하나밖에 없다는 듯이 알려 주었다. 그러고 보니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샛길도 거의 없고 필요한 곳에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었다. 초행이고 사람이 없고 또 나무로 된 터널도 종종 나타나서 약간 불안했지만 한 동안 사진을 찍어준 그 남자분을 등불삼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ㅋㅋ
국망봉을 지나니 오르막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행이었다. 체력이 바닥이라서 오르는 길에 느껴지는 다리의 통증이 심해서 말이다. 내리막이라고 쉽지는 않다.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리고 너덜길에 깔려있는 바위/돌멩이를 잘못 밟아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다는 것이다. 길이 긴 대신 완만한 경사길을 꾸역 꾸역 걸었다. 가는 길에 물이 떨어져서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했다. 앞서가는 등불같은 분의 물통이 꽉 차 있는 것을 봐서 그분께 구걸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만 계속하고 있었는데, 가는 길에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그리고 아직은 해발 1,000m에 가까운 곳이라 마셔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선다. 물 받기 좋은 곳이 나타나기에 물 병에 받아 마셨다.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많은(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등산객이 적었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래도 내가 도착하는 시간이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쉬지 않고 걸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40분 정도 일찍 말이다.
비싼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고(여행지의 바가지) 나서도 여행사 버스가 나타나지 않는다. 계곡 근처에 있다가 '10분을 좀 알차게 쓰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어 계곡으로 내려가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물에 담근다. '남들이 보면 또 어때 하는 생각'으로 바지를 무릎위까지 올리고 무릎도 물을 적신다. 시원하고 좋았다.(사실 나는 병적으로 몸을 숨기고 살아온 사람이다~ㅋㅋ) 몸이 많이 더워져 있어서 그런지 많이 시리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버스타고 오는 길에 느껴지는 다리와 발은 시원하다는 느낌이 꽤나 오래 갔다. 이 행위 덕분인지 다리 특히 종아리의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이 글을 쓰는 지금은 종아리가 움직일 때 마다 아프다. 그러나 견딜만하다.)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일 출근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너무 피곤하고 너무 아픈 통증 때문에... 그리고 평소에는 하루를 이렇게 심하게 운동하면 다음 날은 녹초가 되는 것이 보통의 루틴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생각보다 너무 편하다. 모든 컨디션이 좋다.
척추와 골반 교정을 4번 정도 하고 난 효과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면 후유증이 심한데 자세가 똑바르니 운동의 효과가 좋아지고 또 후유증도 많이 주는게 아닐까하고. 암튼 오늘 거의 힘들지 않고 직장생활하는 나를 보면서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5년전 사리암을 다녀와서 종아리가 너무 아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기억을 생각하면, 지난달 사리암을 다녀와서도 너무 편안하였었고 어제 소백산을 다녀와서도 이렇게 편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 체력이 좋아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운동을 겁내지 않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은 든다.


'개다래'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하얀색으로 변한 잎이 꽃잎처럼 날린다.

어의곡삼거리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중 하나. 활엽수와 침엽수 구역이 딱 등산로를 기준으로 갈려져 있다. 이 길은 그래도 시원했다. 바람이 불어서.

반가운 하늘말나리!

노린재나무

하늘말나리, 저 꼭지에서 꽃이 피려나!

이 표지판을 볼 때도 절망이었다. 비로봉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은대난초, 자주 보지 않으니 이름이 자꾸 내 머리속에서 사라진다.

은방울꽃도 많다.

산위로 갈수록 눈개승마가 밭을 이루고 있다.

지난번 소백산 등산때 많이 만났던 꽃쥐손이

쥐오줌풀

정상 가까이 가니 식생이 완전히 바뀌면서 관목과 풀이 주로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산에는 꽃 나무가 지천이다. 어떤 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짐작하자면 층층나무가 주를 이루고 함박꽃이 가끔 있을것 같은.... 앞쪽의 히끗히끗한 것은 눈개승마의 꽃이다.

풍경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저 멀리 소백산 천문대가 보인다.


멀리서 바라본 비로봉 풍경. 등산객이 저기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어의곡삼거리의 표지판

철쭉은 이정도 있으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거의 지고 없다.

우아한 함박꽃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어의곡삼거리에서 국망봉 가는길에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식물 이름을 재미나이에게 물어보니 '도깨비부채'란다. 고산지대의 시원한 음지에서 주로 자란단다.


AI도 이 아이의 이름을 알려주지 못한다~ㅠ

큰앵초, 느무 느무 이쁘다~^^


세잎종덩굴


이 표지판을 보면서 더이상 비로봉으로 가는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물참대, 오랜만에 만나는 물참대다. 반갑다, 물참대야!!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답다.



꽃은 지고 없어도 연영초는 고혹적이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 풀솜대


바쁜 마음에 애써 무시하고 걸었지만 결국 한 컷 또 찍었다. 벌깨덩굴


멀리서 보면 온통 하얀꽃으로 보이는 나무, 층층나무

꽃 모양이 꼭 인동초를 닮은 '구슬댕댕이' 작년에 가야산 해인사 앞에서 처음 만났는데 올 해 다니 만나니 좋다.


국망봉에서는 표지석만 찍었다.

어느새 늦인맥이재, 그 사이에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바쁘게 등불을 따라 가느라~ㅋㅋ

감자난초도 오랜만에 만난다.

감자난초와 하늘말나리

하늘말나리가 밭을 이루고 있다.

어머나! 이것이 노루삼이라고 한다. 꽃이 피어야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식물 중 하나이다. 꽃피었을 때 얼마나 이뻤을까?


여기도 개다래의 유혹적인 이파리가 보인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꽃이 흰색 잎의 존재를 보여준다.




지천으로 깔려있는 이 식물은 '멸가치'란다. 누군가는 이 식물을 보며 취나물을 닮았다고 하면서 지나갔다. '개머위'라고도 한단다.

을전탐방로로 내려와서 10분쯤 더 걸어 내려오면 어의곡탐방로 입구가 나온다.


마을의 정원에 있는 보리수 열매를 찍어 봤다.

이 기록이 너무 기뻐서 이 전체 기록을 적게 되었다. 많이 걸었고 그래도 괜찮은 나를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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