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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촉수가?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4. 10. 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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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TV를 보다가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연산군의 여자인 장녹수 였던가? 아니면 숙종의 장희빈이었던가 모르겠다.

암튼 역사속 여인은 남자의 총애를 바탕으로 권력을 잡았다가

남자의 총애를 잃으며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드라마를 보며

타인의 영향으로 내 인생의 길흉화복이 결정되는 삶을 살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동물인 인간이 타인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해도

타인에게 내 삶을 맡기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까지 거의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된다.

순간순간 타인에게 의지한 적도 있었지만

긴 세월을 타인을 등에 업고 생활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나는 내 삶이 나의 통제하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데 TV를 통해 과거 사람들의 삶을 보면, 현재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삶이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을 볼 때가 많다.

특히 전쟁에 참여한 일반 군인들이 세상의 소모품이 되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참 안타깝기도 하고 묘하기도 한 감정이 생겨난다.

권력자의 소모품이 되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그네들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으로 세상이 파괴되고 사람이 죽어도 세상은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또한 생각한다.

전염병이 세상을 덮쳐도 결국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상을 지속시킨다.

(14시기, 페스트 균으로 유럽인구의 1/3인 약2억명이 죽어 나갔지만 지금 유럽은 사람으로 그득하다.)

 

사람들 개인은 권력자의 소모품이 아니라 해도

결국은 시스템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구성요소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존재이다.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말이다.

하긴 지금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교체가능한 대체품/대체할 사람은 항상 있으니

모든 사람이 단지 소모품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은 소중하고 위대한 존재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나는 언제나 '정말로 그럴까'를 의심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세상/뉴스를 보니

저어~~쪽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려오지만

운명이 저러하니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쩌다가 나는 현재까지는 전쟁없는 곳에서 살고 있어서 행운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인지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촉수는 무뎌져 간다.

모든게 운명이니 받아 들여라~~~ 라고 생각하며.

 

한강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랑은 너무나도 다른 민감한 촉수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벨상을 받았지만 지구 저쪽편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이 상황에서

떠들썩한 잔치를 할 수는 없다는 작가의 말이 내게는 조금 충격이다. 

작가의 글이 역사의 희생양이 된 개인의 내면 이야기라는 글/ TV내용을 보면서/들으면서,

작가는 인류전체를 느끼는 섬세하고 민감하고 넓~~~은 촉수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참고로 나는 아직 한강작가의 글을 단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다. 이쯤에서 부끄러워해야 하나 생각중이다~ㅋㅋ)

타인의 감정 특히 아픔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 한강작가인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내 생각의 맥락으로 위의 풍경을 해석해 본다.

고속도로를 가다가 보면 죽어가는 소나무를 많이도 보게 된다.

가을이 깊지도 않았는데 벌써 누렇게 변해버린 이파리를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재선충을 죽이기 위해 헬기로 방역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그냥 저대로 내버려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저 소나무들도 그냥 세상의 한 소모품으로 살다가 재선충에 희생되었지만

살아남은 소나무가 또 빈 공간을 메울 자손을 퍼뜨릴 것이고

그것도 되지 않으면 다른 나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번성할 게 분명하니

사람의 개입이 최소한으로 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식물, 가시박!!!

한때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다.

이 식물이 강변에 나타나서 주변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그래서 생태교란식물이라하며 '가시박 제거하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1~2년을 그렇게 주변을 모두 잠식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력을 잃고 개체수가 줄어든다.

그냥 예전부터 거기에 살았던 식물처럼 다른 식물들과 섞여서 살아간다.

특히 (아래의) 환삼덩굴이 가시박의 자리를 되차지 한다.

인간은 굳이 가시박을 제거할 필요가 없었다.

세월이 해결해 준다.

환삼덩굴

 

 

세상은 모두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체는 모두 있어도 되고 없어도 상관없은 소모품이다.

((시스템을 잘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하나??!!)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스스로 그러하게(자연自然의 뜻) 내버려둬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내 삶도 마찬가지.

 

그러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상황도, 내 삶도

너무 슬퍼하거나 괴로워하거나 도와주려 하거나 개입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바라봐주기만 하면 어떨까?

 

나에게서 일어나는 어떤 기분나쁜 일들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바꾸려 하지 말고

욕하지 말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바라보기만 하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내 의견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내 느낌이 그리 의미 없다는 것도 알아서

내 촉수를 세상에서 거둬 들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어간다.

 

 

붉은말뚝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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