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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보다는 이브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4. 9. 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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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보다는 이브가 더 설렌다.
추석보다는 그 전 날이 들뜬다.
어제 밤에는 이 촌동네에 생기가 돌았다.
길을 걸으면 논뙤기 저 건너에서 강아지들이 짖어대고
최근에 지은 멋진 3층집은 외부등을 환하게 켜놓았다.
트럭이 근처에 세워지고 한 사람이 불빛을 쫒아 들어가고
오토바이가 또 불빛에 빨려 들어간다.
사고로 한쪽 손을 잃었다는 혼자사는 나이든 총각이

추석전야를 맞아 친구를 초대했나 보다.

용락이네를 만났다.
난생 처음으로 짧은 대화를 한다.
열여덟에 시집을 왔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의 존재를 알았단다.
얼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다고.
신기한 일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열여덟에 시집을 오다니...
대처로 나가 돈을 벌어도 좋았을 걸
시집 오는 것으로 가난을 피하다니...
여러차례 친정으로 도망 가서
찾아가서 데려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나이든 요즘은 누구보다 잘 적응해서 살고 있나 보다.

어제 저녁 옆집은 몹시 시끌벅적 했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미리 찾은 딸들 가족이 모여
한판의 잔치를 벌이고는 시댁으로 떠났다.
엄마가 달라도 명절에 모여 시끄럽게 어울릴 수 있는 그네들이 대견하다.
형님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웠나보다.

보름전야인데도 빛이 없는 밤 농로를 걸으며 이것 저것 생각한다.

오늘은 대망의 추석.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는데
봐주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도 오늘은 몇몇의 산책인이 있다.
명절 끝자락에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3층집은 내부등만 켜져있고 생기가 없다.

소리없이 경찰차와 소방차가 몇대 우리동네 어귀에서 머물다 간다.
누가 아프기라도 한걸까? 모를 일이다.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동네 길을 걷자니
어렸을때도 겁없이 이길을
깜깜한 이 길을 걸었음을 기억한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동네 밤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다.

노모는 한참을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불안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

그래도 1만보를 채우고 돌아온다.

보름달의 정기를 받으며 걸으니 더 좋다.


보름달

빛과 렌즈에 의한 2중 왜곡

저 번쩍이는 불빛이 소방차 여러대다. 회관옆. 왜 왔을까 궁금하다.

밤에는 소리도 멀리간다. 기차 두냥이 지나가기전 철길 건널목에서 울리는 청아한 경고 소리가 들려 바라봤다.

달을 삶킨 용 =  여의주를 품은 용

용이 지상으로 하강하려나...

밤풍경,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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