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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의 모순

공개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0. 1. 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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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찍은 사진들(상태가 좋지 않다.)

 ↑피스테라

 

 

 

 ↑0.000KM

 

 ↑강물이 된 길거리

 

2020.01.16.

쉬는 날, 할 일이 없어 땅끝마을 피스테라를 갔다. 아침 9시 차를 타기 위해 준비해서 출발했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약25분의 시간동안 다행이 비가 오지 않았다. 오늘 이 지방의 강수 확률이 90%다. 버스표를 구입해서 플랫폼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되어가도 오질 않는다. 혹시나 옆 플랫폼의 차를 봤더니 피스테라로 간다고 적혀있다. 다행히 탑승 성공.

버스는 먼저 노이아쪽으로 살짝 내려가서(서남서 방향, 피스테라는 서북서 방향) 서해안 해안선을 따라 피스테라까지 북진 하면서 동네마다 다 서는 완행이었다. 기사가 손님의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준다. 특이하게 중간 지점쯤인 노이아에서 기사가 바뀐다. 기사의 길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기사의 집중력을 고려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1시간 반 정도 운전하고 운전대를 넘겨준다.

가까운 거리를 오랜시간 공을 들여 갔다. 가는 내내 비가 온다.

피스테라에 도착했을때도 비가 내렸다. 우리는 먼저 점심을 먹고 비옷을 챙겨입고 오랜만에(만 하루 이상을 표식을 따라 걷지 않았다.) 순례길 표식을 따라 약 2.5km를 걸어 0.000km라는 표지석을 발견했다.(이 표지가 피스테라에 사람을 끌어모은다. 성 야곱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란다.) 그 사이에 세차게 내리는 비는 비옷 속으로 스며든다. 어지간한 비에는 멀쩡하던 신발 속으로도 물이 스며들어 얼마 지나지 않으니 발이 첨벙거린다. 그런 상태로 걸어가서 사진찍고 다시 걸어 나왔다.

카페의 화장실에 들러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채로 짜보니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버스를 기다려서 산티아고로 돌아오면서 보성에게 연락해보니 포르투에서의 도착시간이 우리랑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대성당쪽으로 같이 와서 저녁을 같이 했다. 항상 친절한 착한 청년 보성에게 밥을 살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 생각된다. 작년에 권쌤이랑 들렀던 집을 보성이 다비드와 다른 일행과 가봤다고 추천한다. 그곳에 가서 나는 양고기스테이크를 먹었다. 둘은 소고기스테이크를 먹고.

보성은 빵을 공부하는 청년이란다. 빵집에서 일했는데 기업에 취직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란다. 이 착하고 좋은 청년을 알아보는 기업은 복받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단다. 그래서 어머니랑 둘이서 여행을 계획해 놓았단다.

밥값이 71유로 나왔다. 보성이 그 밥값에 미안해하며 마드리드에서 차를 꼭 사겠단다. 역시 경우바른 착한 청년이다.

 

호텔에 들어와서 헤어드라이어로 신발부터 말렸다. 공들여서 말렸지만 뽀송하게 마르지는 안았다. 그래도 내일 신고 나갈때 쯤에는 다 말라 있으리라 기대한다.

 

세찬 비속에서 길을 걸으며 내 모습이 어글리 코리안으로 보이는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비바람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 또 비바람을 무릅쓰고 걷고 있는 내 모습이 열정에 넘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무모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이곳을 나랑 온게 아니라 열정적인 채쌤과 같이 왔으니 감수하자는 생각을 했다. 내 선택에 대한 나 자신의 책임!! ㅋㅋ

덕분에 대서양을 보고, 계절이 빨라 송화가루가 달린 모습도 보았다.

오는 길에 갑작스런 비에 바위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를 여럿 보고, 도로가 물에 잠겨서 소형차들이 힘겨워하는 장면도 보았다. 오늘 좀 위험한 날이었다.

 

사진은 버스에서 찍었거나 세찬 비속에서 찍어 품질이 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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