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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3. 1. 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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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가 되니 루틴이 생겨난다.
8시에 일어나서 두번째로 94세를 사시는(올해부터 만나이를 써야 한단다.)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을 함께 먹고 설거지하고 아침마당을 보면 9시30분이 된다.
요양보호사가 그즈음 집에 온다. 그러면 나는 방에 들어와서 책을 읽는다.
오늘은 졸지않고 오전을 보냈다. 어제까지는 책읽으며 많이 졸았는데 오늘은 몸이 생생하다.
이틀 동안 12시에 요양보호사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었더니 오늘은 12시가 되니 배가 고프다. 어제까지는 배고프지 않아도 어머니와 식사를 같이 하려고 먹었는데 몸은 참 빨리도 적응한다 싶다.
오늘은 어머니가 계를 하러 나가셔서 점심을 요양보호사가 퇴근한 12시30분 이후에 먹었다.
점심먹고 운동하러 나가는 루틴이지만 오늘은 겨울비가 온다. 그래서 책도 읽고 tv도 보다가 보니 어머니가 돌아오셨고 3시는 되어서 1만보를 목표로 밖으로 나갔다. 어제와 아레는 1만5천보를 걸었고 중간에 1km달리기도 했었는데 비를 핑계로 시간을 미루기도 했고 이틀의 운동으로 피로가 쌓이기도 해서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나갔다.
오늘 내린 비로 흙탕물이 된 냇물/개천을 따라 걸었다. 두루미 한마리랑 같은 경로를 걸었는데 마주오는 두 대의 자동차가 두루미를 냇물에서 쫒아버려서 혼자 걸어야했다. 두루미가 나를 피해 저 앞으로 날아가서 개천에 내려앉기를 반복하니 꼭 나랑 같이 걷는것 같았다.
개천의 갈대숲에 숨어있던 고라니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통통한 엉덩이를 뒤로한체 말 그대로 꽁지빠지게 도망가는 모습도 보았다.
버드네토종잡곡창고에서 풀어놓은 진돗개 2마리가 개천 건너편에서 경계하며 짖어대는 모습도 조금은 정겨웠다.
두차례 개천을 따라 왕복하니 기온이 내려가면서 세상이 안개천지가 된다.

옅은 안개는
가까이에선 보이지 않고
멀리 있어야 잘 보인다.
마치 내 인생같다.

오늘은 1만2천보를 찍고 돌아왔다.
저녁도 먹었고 tv도 보았는데도 아직 초저녁이다. 어쩔 수 없이(^^)다시 책을 읽어야겠다. 잘만하면 오늘 한 권을 뗄 수도 있을 것 같다~^^

추신: 결국 다 읽었다.~ㅋㅋ 도시인의 월든

이삭줍기를 하고 있는 장꿩


어머니가 이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신다.
몇 차례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걸어봐도 받지 않으신다.
다음 날 다시 시도를 해봤다.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오래 가더니 전화를 받으신다.
내 이름을 이야기해도 모르겠다고 그런다. 그래서 얼른 엄마를 바꿔 드렸다.
통화내용이 심상치 않다.
생각이 선명하지 않아 들어도 잘 모르겠고, 전화소리도 잘 듣지 못한다고 그런다.
이모의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80대인것은 확실하다.
엄마보다 꽤나 나이가 적다.
그런데 벌써 이모는 약간 정신이 선명하지 않은것 같다.
외삼촌은 벌써 요양원에 계신다고 그런다. 치매가 심해 자꾸 집을 나가서 결국 요양원에 모셨다고 그런다.
이모는 잘 움직이지 못해서 외삼촌에게 문안도 가보지 못했다고 그런다. 외삼촌과 이모 중 누가 더 나이가 적은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보다는 적다. 엄마가 장녀니까.
그런데 엄마가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건강하시다.
내가 사서 보내준 조기를 들고 가까이 있는 외가집에 갔다가 오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조기 몇마리를 들고 외가와 오빠집에 배달하고 오셨단다. 그런데 외숙모를 보지 못하고 왔더니 나중에 외숙모가 엄마집을 방문해서 두유를 두고 가셨다고 그런다.
엄마 걸음으로 아마 20분은 걸으셨을것 같다. 외가집에 가는 것 만으로도. 그런데 그렇게 다닐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게 너무 고맙다.
서울에 사시는 나이가 적은 이모나 외삼촌보다 건강하고 선명한 정신을 가지고 사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남의 집 부모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나는 내 어머니께 감사하다.
그 연세에 아직 혼자 사실 정도의 정신이 되시고 체력도 되신다.

대구로 올 때 엄마가 만들어준 반찬을 가지고 왔다. 오징어 무침과 배추를 콩가루로 뭍혀서 만든 반찬을.
그 반찬을 꺼내 먹으면서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1년에 몇 번을 은행가서 만기 예금을 찾아 다시 저축할 수 있는 건강한 엄마에게 감사하다.
설을 맞아 1만원 짜리로 30만원을 찾아 자식 손주들에게 줄 용돈을 준비하시는 어미니께 너무나도 감사하다.
아직도 이 나이의 자식/나에게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 어머니께 너무나도 감사하다.
코로나로 칩거하는 동안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콩나물을 키우시는 어머니께 감사하다.
어머니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다.

어머니의 콩나물은 콩나무가 되어가고 있다. 질기지만 변비 특효약이다~^^ 저 아래 검은콩 콩나물이 싹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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