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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좌 다육을 관리하며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3. 1. 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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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술라 포르툴라세아(염좌 다육)!!!
참 어려운 이름이다.

방학 중 학교 근무를 하며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좋다.
덕분에 오랜만에 놀고 있다.
블러그 글쓰기도 하고 화분을 돌보기도 한다.
문득 다육이 화분을 보니 잎겨드랑이에 하얀색 이물질이 끼어 있다.
마치 솜털이 있는 것처럼 이물질이 끼어 있고
이파리에 흰 가루가 뿌려진듯 입혀져 있기도 하다.
나는 휴지를 이용하여 솜털을 털고, 물티슈로 흰 가루도 닦아낸다.
솜털이 바닥에 떨어지니 벌레들이 정체를 드러낸다.
흰 옷을 입은 벌레들이 꼬물거린다.
그 과정에서 이파리들이 힘없이 떨어진다.
떨어진 잎은 닦아서 화분에 꽂아 본다.
혹시 뿌리가 나서 새로운 개체를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이 행위가 진정으로 이 식물을 위해 좋은 것일까?

솜털을 닦는 과정에서 기류따라 퍼져나가는 흰 가루를 보게 된다.
그렇게 되니 혹시 다른 화분에 이 벌레들을 퍼트리는 과정은 아닐까 걱정도 되고
이 염좌식물은 벌레를 털어내주고 잎을 닦아주는 내 행위를 좋아할까 고민하게 된다.
언젠가 어떤 영화에서 보았는데
아이가 아파하는 말을 위해 찬 물을 먹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말을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먼길을 떠났다가 돌아온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아픈 말에게 물을 먹이는 행위는 말을 죽이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는 말을 위해 한 행동이지만
정작 그 행동이 말을 죽이는 행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식물이 벌레를 털어주는 과정은 좋아할 것 같다.
참빗으로 머리를 빗어 이를 털어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잠깐동안은 머리가 시원하고 좋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있는 나를 보니 나는 참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빗, 이, 이런 단어를 알고 있다니~ㅋㅋ)
식물도 좋아할 것 같다.
그런데 물티슈로 이파리를 닦아주는 것을 진정으로 식물이 좋아할까?
알수 없는 성분이 들어간 물티슈로 닦아주니 이파리가 당장은 깨끗하고 반짝인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에도 좋은 것일까?

암튼 지금의 나의 수준에서는
식물에게 가장 좋을 것이라 여겨지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 행위의 결과는 모르겠다.
내 의도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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