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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다.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2. 2. 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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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오랜만에 집을 정리하면서

종이를 많이 버리게 되었다.

마침 배달된 거대한 휴지박스에 종이류를 담았는데

거의 30년 전에 1년 동안 받았던 잡지를 같이 버렸다.(구독하지 안았다. 그냥 받았다.)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잡지책이라 못버리고 있었는데

책 한권 한권이 너무나도 무겁다.

네권을 한손으로 잡기가 힘겨울 정도다.

들기가 힘겨워서 박스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 아파트 출입구까지는 갔는데

밖에서도 도저히 들 수 없어 잡지를 몇 권 먼저 버리고 나니 박스를 들만하다.

박스를 들고 걷다가

꽈당~

울퉁불퉁한 아스팔트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무릎이 너무 아파 비명이 나와 

차라리 바닥에 누워버렸다.

드러누우니 편안하고 좋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괜찮으세요?" 하면서 다가온다.

부끄러움에 벌떡 일어나서 무릎의 아픔을 표현한다. 

옆라인에 배달왔던 기사님이 다가와 도와주신다.

흩어진 종이조각들을 박스에 넣어주고는 걱정의 말을 남기고 가신다.

다시 박스를 끌고 종이 버리는 곳까지 운반하고 돌아와 옷을 보니

겨울용 기모바지에 긁힌 흔적이 심하다.

바지를 벗고 무릎을 보니 많이 긁혔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보니 멍이 들어 있다.

생각해보니 꽤 오랜만에 넘어진것 같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자주는 아니어도 물리적으로 넘어지는 날이 가끔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릴때는 가끔 넘어졌는데 커서는 거의 넘어지지 않은 것 같다.

기억에 나는 가장 최근의 일은

3년여 전 겨울, 태백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면서 

얼음이 낀 가파른 길에서 넘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 날 민언니는 3번 넘어졌고, 골반이 많이 아픈 이후로 등산을 거부한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심리적으로 넘어지는 날이 잦았다.

어떤 때는 매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던 적도 있다.

명상을 시작하고 나서 넘어지는 날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거의 넘어지지 않는다. 

휘청거리는 순간은 있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던것 같다.

건강해진 나의 심리에 감사한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도 아직도 심리적으로 자꾸 무너지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난다는 것은

아직도 극복해야할 나의 심리이다.

나이 61의 최선생이 최근

지난학기 21시간의 수업을 하며 힘들었다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벌컥 짜증을 냈다. 

최선생은 아직도 심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해서 자꾸 이야기하고 눈가가 촉촉해지기 까지 하였지만

그 모습이 나를 짜증나게 한 것이다.

여러차례 그 이야기를 들은 것도 화가 났지만

그 전 학기에는 16시간을 수업하며 나름 배려를 받았기에 

21시간의 수업을 자신이 하겠다고 다른사람들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1학기의 배려는 어디가고 없고, 2학기의 21시간만 서럽고 힘들었다는 논리가 싫었다.

나이들어 그것도 우리학교 최고의 나이에 가장많은 수업을 해야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그리고 전공이 아닌 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겠지만

좋은 것은 잊고, 나쁜 것만 기억하며 억울해하는 자세가 나는 싫었다.

최선생을 위해 업무에서도 많은 배려를 해준다.

최선생의 업무는 같은 부장업무의 1/3도 되지 않는다.

나이와 능력을 고려해서 그렇게 하는 바람에

나머지 부장중에 업무가 몰려 과부하가 걸리는 곳이 있다.

나는 짜증을 낸 후에 정신을 차리고

배려는 받는 부분을 상기시켜 주었다.

시수때문에 너무 힘겨워하지 말고 빨리 극복하시라고.

 

어제 최선생을 만났더니 미안하게도 나에게 사과를 한다.

물론 내가 먼저 사과를 했지만 

내가 짜증냈을 때 자신이 반격한 것을 사과한다.

여러모로 미안한 일이다.

너무 직진하는 나는 펙트체크를 통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잦다.

나는 넘어지지 않는데

타인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잘 고쳐지지 않는다.

사실 이 직진하는 펙트체크는 명상을 한 이후에 강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겁나는 것이 없으니(적으니라고 해야하나) 사실을 이야기해버린다.

암튼 나랑 다른 심리상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조심해야 하는데.....

 

 

추신 : 2022.03.27.(일)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내 무릎은 모두 나아 보이는데

세포가 아직도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은데

무릎을 만지면 통증이 있다.

왼쪽 무릎은 아닌데

오른쪽 무릎에는 통증이 있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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