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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0. 12. 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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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1

2020.12.22.(화)

00실3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실 뭐 그리 부지런해서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있는 실이 너무 건조하고, 눈이 피로하고, 또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어서 필요한 곳을 찾아 청소 한다.

전근와서 올 해 최고로 많이 한 업무가 아마 청소가 아닐까 싶다. ^^

내가 있는 00실, 00실1, 00실2, 00실3은 거의 내 담당으로 느껴질 만큼 청소 거리는 많고 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내가 청소 한다.  

 

00실3 바닥을 쓸고 실험대 줄을 맞추고 있는데 화재경보기가 울린다.

개의치 않는다.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나에게 화재경보음은 늑대소년이 되었다.

계속 실험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00실장님과 00님이 00실을 기웃거리다가 들어오신다.

비어 있던 추운 00실에 갑자기 히터를 켜서 경보가 울렸단다.

히터와 경보기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난 그저 청소를 하려던 거였는데, 내 필요에 의해서지만 봉사하는 마음이었는데

사건이 그리 발생하였다.

 

사건2

2020.12.23.(수)

밤 10시 반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화면이 희미하고 마스크와 모자를 써서 누군지 알 수 없다.

이 시간에 올 사람도 없어 무시하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또 문을 두드린다.

어쩔 수 없어 누구냐고 물었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TV를 끄고 조용한 상태에서 다시 물으니 "나다."라고 하는 목소리가 같은 단지에 사는 1번 오빠임을 알겠다.

문을 열어주니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빛에서 화가 묻어난다.

나는 잠옷 차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다.

오빠는 나에게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고 뭐하는 거냐고 했다.

무슨 소린지 금방 알아 듣지 못하고, 들어오시라고 해도 안들어 오고, 어머니에게 전화하라 하고 가신다.

전화기를 보니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가 많이 와 있다.

동생도 몇 번 전화하고 오빠도 전화했다.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내가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하셨단다.

입술이 바싹 바싹 마르고 힘들었단다.

초저녁부터 잠을 잤다고 했더니 다행이라며 안심하신다.

어머니는 무슨 나쁜 꿈이라도 꾸셨을까? 8시경에 나에게 전화를 하셨는데 내가 감감 무소식이자 걱정을 많이 하셨단다.

그래서 동생에게도 전화하고 오빠에게도 전화하고 그러셨단다.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고 동생에게 전화해서 다시 사정을 이야기 한다.

동생은 옆에 있는 조카가 빨리 이모 찾으러 가지 않는다고 울었다고 전한다.

조카는 휴가냐고 했더니 직장 그만두고 내려왔다고 그런다.

얼핏 머리에서 이 아이도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믿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나 보다 생각한다.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벌써 두 번째, 내 생각에는 괜찮은 직장을 그만둔다.

 

동생은 혹시나 하고 어쩌다가 전화번호를 알게 된 내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놨단다.

다행히 그 동료는 아직 문자를 보지 않았다고 그런다.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친구여서 다행이라 말하였다.

동생이 그 친구에게 다시 문자 보내겠거니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결자해지니까~

그렇게 동생에게도 오해를 풀어주고, 전화를 끊고,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조카가 메시지를 보냈다.

이모는 사랑을 많이 받아서 피곤하겠다고 그런다. 그 사랑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게  만든단다. ^^

초저녁부터 피곤에 절어 잠을 잤는데, 세수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잠깐 멍하니 TV를 처다보다가 다시 잠이 와서 씻으러 들어간다.

씻고 나오니 11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동료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전화했더니 연결 안되는 5분 동안 걱정을 뭣 같이 했다고 그런다.

지난 주 내게 두통이 있어, 이 코로나 시절에 예약해둔 공연을 보러 갈 수 없는 형편이어서, 혹시 나 대신 가주려나 물어 봤었는데, 그때부터 계속 아픈가 하고 생각했단다. 아픈게 심해져서 문제가 생겼나 생각하고, 혹시 그동안 자신이 너무 무심했나 하고 자책과 걱정을 했단다.

 

오늘 나는 미안하고 고맙지만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여러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그저 피로해서 초저녁부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전화기는 진동으로 되어 있어 잠 잘 때는 왠만해서는 듣지 못한다.

그런 단순한 이유로 여러사람을 힘들게 했다.

 

결론(?)

카르마 요가를 생각해본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하는 행위를 카르마 요가라고 그런다.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고 그런다.

 

두 사건에서 나는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내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 일들이니까.

 

의도치 않게 좋은 일이 일어날 때 나는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의도치 않게 타인을 괴롭혔는데 죄책감을 갖지 않듯이 말이다.

 

내 삶에 카르마 요가를 어느 만큼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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