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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열이틀째 날

공개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20. 1. 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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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병으로 장식한 알베르게(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열매

 ↑유칼립투스 나무-코알라의 먹이

 

 

 

 

 

 

 

2020.01.13.월

아르주아에서 오페드로조까지 20km를 걷다.

내일 산티아고 입성을 앞두고 있다.

오늘은 짧은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작은 꽃도 관찰하며 올 수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우리들이 뽀시락거리며 다녔더니 jav이 깨서 불을 켜도 좋다고 그런다. 그리고 어제 저녁을 사줬더니 오늘 아침을 사겠다고 잠도 덜깼는데 따라 나온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우리말을 물어온다. 몇가지 가르쳐주니 메모를 하며 기억한다. 호주는 다양한 민족이 있어서 여러나라의 말을 배윘단다. 영어는 호주의 공용어니 당연히 잘하고 스페인어 실력도 좋은데 중국어, 등등을 얘기 하는데 거의 10여개의 언어를 하는것 같다. 인사하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실력이 대단하다 느껴진다. 우리말 발음도 매우 정확하다.

아침식사 후 다시 들어가서 준비해서 나온단다. 마음 씀씀이가 참 반듯하고 배려와 인사성, 감사도 잘한다. 아름다운 청년이다.

 

ps : 오 페드로조에서는 사립 알베르게를 발견하지 못했다. 작년에 갔던 국립 알베르게에 갔더니 시설이 좀 열악하기는 하다. 팔레스 델 레이의 국립 알베르게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거기에 온 사람이 꽤 된다. 딴곳을 못찾아서 거기로 올수 밖에 없었으리라. 거리에서 프리바다(사립)를 외치며 사립을 찾던 두 사람도 결국 거기로 왔다.

채쌤이 먼저 씻고 내가 기다리고 있을 시간에 어떤 청년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온다. 모른다고 했다. 좀 지나니 샴프를 조금만 빌려달라고 그런다. 당장 내가 써야하지만 좀 기다렸다가 샤워하지뭐 하면서 빌려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샤워실에서 나오질 않는다. 채쌤이 받아서 주기로하고 나는 샤워를 시작했는데 한참후에 채쌤이 그 남자를 못보았다고 그런다. 샤워실에서 생각하기를 '오늘은 물로만 씼고 내일은 호텔에 가니 내가 가쳐온 샴프가 꼭 없어도 되겠구나'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 남자를 찾았으나 찾겨지지 않는다. 저녁먹으러 식당을 돌면서도 그 남자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채쌤이 그 남자라고 지적한 사람이 있는 식당은 기분 나쁘다면서 피하잖다. 그래서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와서 잦다.

알베르게가 추워서 한 밤중에 깨서 개속 잠을 설치느라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샴푸가 비록 내게 없어도 된다해도 그 버릇나쁜 남자의 인생을 위해서는 돌러달라고 하는게 옳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를 발견하지 못해, 찜찜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도중에 채쌤이 그 남자라고 지목한 사람이랑 마주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의 남자와는 얼굴이 다르다. 결국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잰틀했다. 유일하게 비경우적인 사람을 보았다. 이 경험은 내게 무얼 가르치기 위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물건을 좀처럼 잃어버리지 않는 나에게 주는 어떤 교훈일까?

친절하고 순수한 호주청년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장치인가?

물건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는 신호인가?

받아들이라는 개시인가?

잘 보시했으니 잊기를 바라는 마음인가?

나의 친절한 마음이면 되었다는걸 알려주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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