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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유가 있었구나!!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10. 10. 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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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출근하는 길에, 걸어가는 발걸음에 마음을 두고 있자니, 참 집중이 잘 되고 마음도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을 걸어가면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걷기 명상이 멋지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그 날 준0이 사건이 일어났다. 수업 중에 엎드려 자는 녀석을 깨우는 과정에서 아이가 나에게 욕설과 때리겠다는 협박까지 하였다. 너무 마음아픈 일이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준0이는 아버지가 있는 울진으로 전학을 갔지만, 전학보내는 담임의 마음이 후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다함께 이쁘게 3학년으로 올려 보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그 일이 있고 나서 또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다.아침 출근길에 불현듯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걸어가는 발걸음도 명쾌하고 가벼웠으며 마음은 평화로 가득 체워지는 듯했다. 그 날 아침, 그 전날 7교시에 우리반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듣게 되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선생님을 겨냥해서 날리는 아이도 있었고, 전기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수업을 방해하는 녀석도 있었고, 뒷자리에서 판치기(사행성 놀이라서 평소에도 못하게 한다.)를 하는 녀석도 있었단다. 자리를 바꿔 앉아  떠들면서 수업듣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고...자녀들이 교실에서 이런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님들은 어떤 마음일까? 내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는 부모님들이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까 궁금하지만, 담임인 나로서는 절망 그 자체였다.그 동안 그나마 내가 저네들에게 보여준 것은 주변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배려하면서 살자는 것이었다. 내가 아이들 앞에서 한 어떤 행동도 배려와 사랑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말한다면 과언이 될까? 그러나 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함께 생활해서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들을 빗자루 들고 말없이 쓸었던 것도 이이들을 위한 배려였고,

 아이들이 뱉어 놓은 그 많은 껌을 껌칼과 종이를 들고 땃던 것도 배려였고, 기회 있을 때 비싸지는 않아도 먹을 거리를 사서 나누어 주는 것도 배려와 사랑 때문이었다. 항상 말썽피우는 이00이를 보듬는 것도 사랑이 부족한 아이에 대한 배려였고 툭하면 내 말을 거부하는 권00이, 조00이를 미워하지 않고 대한 것도 배려와 사랑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려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을 책상위에 꿇어 앉혀 놓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려니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사람들 앞에서 울어본 기억이 거의 없는 나인데, 올 해는 우리반 아이들 때문에 벌써 몇 차례나 운다. 우리반 아이들 앞에서는 처음 울었지만, 4반 아이들에게 우리반 아이들의 작태를 이야기 하다가 운적이 몇 번 있으니, 올 해 정말로 자주 울었다.

아이들 앞이었지만 엉엉 울었다. 울다가 추스리고 아이들 수업할 준비를 시키고 교무실로 갔지만 눈물이 자꾸 베어나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 날 저녁 집으로 오는 길, 다시 걷고 있자니, 아침 시간 생각에 눈물이 배어나온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눈물이 나올만큼 슬펐지만 나의 내면 깊은 곳에는 흔들리지 않는 고요와 평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감정은 깊은 바다의 표면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불과하고 나의 내면은 파도가 있어도 움직이지 않은 깊은 바다의 고요함 그것이었다.

아~~ 이것을 경험하게 하려고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구나!!!

파도가 일렁이지 않았다면 그 깊은 고요를 느끼지 못할까봐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지난번 7교시 사건이 있은지 겨우 4일 정도 지난 시점이다.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은 아이들이 자중해 주었다. 이제까지 계속 지적만 당하던 음악이나 가정 수업시간에 칭찬을 받았단다. 그런데 오늘 7교시는 다시 아이들이 본성을 드러냈다. 교실은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고, 7교시에 수업한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하는 아이도 있고, 떠들고, 대꾸하는 등 완전히 지난주 초와 같은 모습이었단다.

종례하러 들어가서 책상위에 꿇어 앉히고 나도 같이 교탁에 꿇어 앉았다. "교실이 쓰레기장이니 우리가 쓰레기이다. 너희들은 쓰레기 학생이고 나는 쓰레기 담임이다. 수업태도 또한 쓰레기 같지 않았느냐, 우리 다같이 쓰레기 반이다." 과격한 말을 한 후 꿇어앉아 있으려니 다시 눈물이 난다. 오늘 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거의 없지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래도 또 다시 엉엉 울 수는 없어 마음을 다잡으며 눈물을 참았더니 머리가 아파온다. 다음에 이러한 일이 있으면 35분까지 같이 꿇어 앉고, 또 그런 일이 있으면 40분까지 다같이 반성하자고 말하고, 오늘은 약속한 30분까지 꿇어 앉아 있다가 종례를 하며 청소분단을 정하는데, 실외청소였다가 교실청소로 바꼈다고 권00이는 반항하며 청소를 하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청소하지 않겠다고 통고하고는 나가버린다.

 

4반의 장기결석한 아이의 집을 찾아가는 것을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 이 아이도 내 맘을 아프게 한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기에, 담임과 내가 찾아간 것이 아이를 두렵게 만든다.)

머리는 여전히 무겁고 아프다. 계속 아이들 생각이다.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이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타인을 돌볼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한다. 결론은?? 물론 없다. 남은 날들도 찢어지고 상처나면서 노력하는 길 밖에...

파도는 끈임없이 일어나고, 그 파도에 바위는 부서지고, 모래는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지만 바닷속 깊은 곳의 평화와 고요를 잊지 않으며, That is THAT!

 

 

복숭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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