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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실험2 !!!

사적인 이야기

by 명상사랑 2010. 2. 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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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을 가족이라 생각하며 살기로 하면서

약간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인천에 갔을 때

함께 간 네명이 장을 보며, 사과 네개가 한 봉지에 들어있는 것을 샀다.

내 방이 모임방이어서 함께 산 물건들을 내 방에 부려놓고

내가 알아서 '사과 씻기'도 했다.

씻으면서 보니 그 중 하나가 다른 것에 비해 조금 작았다.

그 날 저녁 두사람이 한개씩 사과를 가져가고 남은 걸 보니

큰 것 하나와 작은것 하나가 남아 있었다.

다음 날 또 한 사람이 사과를 가지러 왔을 때

작은 것을 줄 수 없는 내 특징(?)때문에 큰 것을 주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게에서 과일을 골라가면서 살수 있을때는

언제나 큰것만 골라오는 나를 기억한다.

숫자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면 언제나 크고 좋은 것만 골라오려 했다.

과일을 파는 그 사람도 내 옆에 있는 가족이라면

나는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한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크기를 고르지 않고 순서대로(?) 보이는 대로 사자.

과일가게 주인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지금으로서는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에피소드 하나 더..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전의 일이다.

촌에 있는 우리집 개가 강아지를 세 마리 낳았다.

분양할 시기가 되어 튼튼한 암컷은 고모가 데려갔다.

남은 두 마리는 모두 숫컷인데, 한 놈은 참 튼튼하고 용감한데

다른 한 놈은 연약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경쟁에 밀려 잘 먹지 못해 세월이 갈수록 등치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우리집에 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한마리를 달라고 그런다.

당연히 나는 크고 건강한 녀석을 분양해줬다.

비록 강아지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나쁜 것(?)을 줄 수는 없었다.

남은 녀석은 이름이 점박이였다. 코에 점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집을 보름정도 떠나 있다가 돌아온 어느 날 점박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큰 소리로 점박이를 부르며 집을 뒤지고 있었는데

마루 구석에 들어가 있던 녀석이

내 목소리를 향해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부터 워낙 약한 녀석이어서 건강한 놈이 분양된 후, 혼자서 먹이를 차지해도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

마르고 마르던 점박이는 처음에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더니

나중에는 두개골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말라갔다.

 

짐승들은 죽을 때가 된다든지 몸을 다치면 구석진 곳에 숨는다.

그래서 몸이 나아 먹이 활동을 할 수 있으면 다시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숨은 장소에서 죽음을 맞는 습성이 있다.

점박이도 집에 사람이 없으면 자주 구석진곳에 숨어 들었다.

그러한 때에 엄마나 할머니가 점박이를 부르면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부르면 항상 걸어 나왔다.

거의 걸을 수 있던 마지막에 숨어 있을 때 내가 불러내면

네 다리로도 휘청거리며 한 발 한 발 걸어나오던 모습을 잊지 못하겠다.

그러다가는 숨을 수 있는 힘도 없어 내곁에 뉘어진채 그냥 시간을 보내다가 삶을 마감했다.

 

점박이는 마지막까지 본성에 충실했다.

휘청거리면서도 오줌을 누려고 집의 구석진 곳을

영역표시를 위해 갈때마다 다른 장소로 찾아 갔고

오줌을 눈 후에는 휘청거리며 내게로 왔다.

마지막 순간 먹지는 못해도

주인을 사랑하고 영역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박이를 보며

내가 받은 감동과 사랑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삶에 최선을 다하는 점박이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도 눈물이 난다.)

 

3개월쯤 살다가 간 점박이가 나에게 개를 사랑할 이유를 선물하고 갔다.

그때 이후 내 별명은 개모(犬母)가 되었다.

 

 

봄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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